넘어져야 보이는 것들

얼마 전, 심방 중에 넘어져 무릎이 까진 적이 있습니다. 별것 아닌 상처였는데, 이상하게 그날따라 아팠습니다. “왜 하필 오늘, 이 길에서 넘어졌을까.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.

그런데 앉은 자리에서 문득 고개를 들었더니, 평소엔 보이지 않던 담벼락 밑 작은 들꽃 한 송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. 서서 걸을 때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자리였습니다. 넘어지지 않았다면, 끝내 몰랐을 풍경이었습니다.

우리는 넘어짐을 실패라고 부릅니다. 계획이 어긋난 날, 건강이 무너진 날, 관계가 깨진 날을 그렇게 이름 붙입니다. 그런데 성경 속 사람들을 가만히 보면, 하나님은 종종 넘어진 자리에서 말씀하셨습니다. 다메섹 도상에서 땅에 엎드러진 사울에게, 얍복강 나루에서 환도뼈가 부러진 야곱에게 말입니다. 서 있을 때는 듣지 못했던 음성을, 넘어진 자리에서야 듣게 된 것입니다.

지금 넘어진 자리에 계신가요. 무릎이 시리고,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이해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. 하지만 그 낮아진 시선에서만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. 하나님은 우리가 넘어진 그 자리를 피해 가지 않으십니다. 오히려 그 자리로 찾아오십니다.

[기도]

넘어진 자리에서도 함께하시는 하나님, 오늘 저의 걸음이 흔들릴 때에 스스로를 탓하기보다 주님의 손길을 먼저 구하게 하소서. 서 있을 때는 몰랐던 낮은 자리의 은혜를 배우게 하시고, 넘어진 이웃을 볼 때 지나치지 않고 함께 일어서게 하소서.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. 아멘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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